시 : 詩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김아몬드 2018. 6. 5. 16:52

ㅡ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거라 말해주는 사람들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장들이 손목을 잡고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장을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